2007년 05월 27일
소설공동창작 프로젝트 ILN 개시!
정숙하고 단정한 숙녀는 손에 피를 묻히고
새로운 사상을 논하는 신사는 수많은 부인의 침대에 눕던 시대,
광기의 그림자 위에 사교계의 꽃을 피운 1890년의 런던.
ILN 홈페이지 오픈!
새로운 사상을 논하는 신사는 수많은 부인의 침대에 눕던 시대,
광기의 그림자 위에 사교계의 꽃을 피운 1890년의 런던.
ILN 홈페이지 오픈!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뉴스
THE ILLUSTARATED LONDON NEWS
THE ILLUSTARATED LONDON NEWS
소설로 만드는 가상세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뉴스 약칭 ILN의 맛보기 광고입니다. 출처를 밝힌 펌 및 트랙백, 링크 모두 환영합니다. 널리 퍼뜨려주세요.
ILN의 소개 들어갑니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뉴스는 1890년의 런던을 배경으로 만든 가상세계로, 마스터이자 플레이어인 루나벨 이하 루시카, 먼여행, 박가분, 추선비(가나다순)의 다섯 플레이어가 소설로서 가상세계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서로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인물이 다른 인물과 어떻게 인연을 맺고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인물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서로 다른 유형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다섯 플레이어의 아홉 캐릭터가 엮어나가는 빅토리안조의 거대한 드라마, 기대해주세요.
2차 소개문입니다.
저 추선비는 ILN 프로젝트에서 '업스탠딩 레이디An Upstanding Lady'라는 제목으로 페이션스 호프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2차 소개문의 주인공은 페이션스 호프 양의 어머니, '마리아 호프'가 됩니다. 마리아 호프는 등장 횟수는 매우 적지만 페이션스 호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부모의 신분과 재산을 이어받아 의무를 다하는 페이션스 호프 양은, 당연히 부모의 부채도 이어받아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 호프의 이야기로 서두를 풀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 소개합니다.
약식 프로필.
마리아 호프. Maria Hof.
페이션스 호프Patience Hof의 어머니.
제임스 호프 James Hof의 부인. 프로스트 잉그램Frost P. Ingram의 배다른 누이동생.
페이션스 호프 Patience Hof 시나리오의 조연.
강한 태양, 짙은 그늘, 마리아 호프는 그늘져 서늘한 방 안에서 가느다란 코바늘을 섬세하게 놀려 레이스를 짜고 있었다. 페이션스의 드레스 소매에 달아줄 레이스였다. 일주일 뒤에 헤일즈 자작 부인의 자선바자회가 잡혀있고, 마리아 호프는 딸 페이션스를 데리고 그 바자회에 참석할 것이다. 그 바자회에서 페이션스의 화려한 미모를 아낌없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마리아 호프는 자신의 솜씨를 한껏 발휘할 생각이었다.
"부인! 호프 부인!"
마리아 호프의 생각이 바자회에서, 이윽고 바자회를 주최하는 헤일즈 자작부인의 성품 비평으로 넘어갔을 때 비명을 지르면서 가정교사인 캐서린 먼로 양이 급하게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마리아 호프는 눈을 크게 뜨면서 먼로 양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죠, 먼로 양?"
"말려주세요, 부인! 호프 양이, 호프 양이- 호랑이 사냥을 하겠다고 나가셨어요!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에요! 만약, 마, 만약 호프 양의 신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먼로 양의 얼굴이 밀납처럼 창백했다. 마리아 호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그 아이가 혼자 나갔나요?"
"아, 아뇨..."
먼로 양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제임스 경께서 데려가셨지만...만약,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 부인을 뵐 낯이 없어요!"
마리아 호프는 장밋빛 입술에 미소를 띠었다.
"제임스가 데려갔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임스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애를 보호할 테니까요."
"하지만 부인!"
"괜찮아요, 먼로 양. 그보다, 이 레이스를 봐주시겠어요? 페이션스의 장밋빛 드레스에 달아줄 레이스인데 어떤가요?"
마리아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 건에 대해선 더 이상 말을 말라는 태도에 먼로 양은 걱정으로 찌푸려진 눈길을 억지로 레이스로 돌려야 했다. 마리아는 고용인들에게 관대하고 부드러운 고용주였지만 거역을 용납하지 않는 고용주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태도로 눈을 돌린 먼로 양은 레이스를 보고 잠시 페이션스에 대한 걱정을 모두 잊었다.
"...멋져요, 부인..."
먼로 양은 숨을 삼켰다. 마리아 호프가 직접 짜는 레이스의 품질은 인도 주둔군의 사교계에서 익히 유명했다.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눈부시게 부드러웠다. 마리아 호프의 결혼 전 성은 잉그램으로, 인도로 건너오기 전 런던에선 그 병약한 건강 때문에 사교계에 거의 나오지 못했다. 건강이 그러한 까닭에 그녀에 대한 평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유일하게 마리아 호프가 손에 들 수 있는 것은 커트러리와 뜨개바늘밖에 없다는 루머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호프 양의 금발에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부인."
먼로 양을 내보내고, 마리아 호프는 레이스를 마저 마무리짓고 생각에 잠겼다. 한 때 마리아는 레이스를 선물로 자주 보냈던 사람이 있었다. 눈부시게 흰 레이스, 혹은 엷은 장밋빛 레이스... 향이 배도록 말린 장미꽃잎을 담아 상자에 포장하여 보내고나면, 눈부시게 웃던 아름다운 친구.
답례로 제일 처음으로 핀 장미꽃을 들고 아름다운 티아라를 선물로 갖고 오던 그녀. 과한 선물이야, 알렉스- 마리아 호프는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며 미소지었고, 그녀는 마리아 호프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기뻐한다면. 그녀의 서늘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뺨에 이어 다음 자리를 찾아 천천히 턱선을 더듬으며 움직여 마침내 입술에 맞닿고... 마리아는 다물었던 입술을 열며 자신을 그녀에게 내주었다. 더할나위 없이 그립고 달콤한 추억이다.
그 키스의 아찔한 감각을 되살리던 마리아는 그 때 4월의 첫 장미가 풍기던 향기를 떠올렸다. 인도의 강렬한 태양은 눈부신 꽃을 낳는다. 그러나 그 장미 한 송이처럼 쓰러질 듯 아련한 꽃은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짙은 안개, 잦은 비, 새까만 구름을 간신히 넘어 비어져나오는 런던의 4월 햇빛조각만이 낳는 꽃인 것일까.
런던. 마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뭄바이의 공기는 청량하고 대기는 아지랑이 한 조각 없이 지평선 너머까지 비춘다. 런던은 얼마나 한조각 햇빛에 목을 매는가. 일주일이 넘도록 집안을 눅눅하게 물들이는 가랑비의 끝에 비치는 햇빛보다 더한 신의 축복이 있을까. 그러나 이곳은 태양이 넘친다. 태양이 지면 숄 없이 다니기 어렵도록 대지는 식고 공기는 차갑다. 태양이 뜨면 맨살에 화상을 입히도록 햇빛이 달아오르고 공기는 더운 숨을 내뿜는다. 이곳은 기후가 태양에 매달린다.
뭄바이로 온 이후 마리아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제임스는 마리아의 양호해진 건강 상태를 보고 몹시 기뻐했다. 공기는 맑고 저택은 습기차지 않으며 적당히 서늘하여 햇빛을 막으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마리아 스스로도 그토록 무겁던 몸이 다소 가벼워지고 오전에 눈 뜨는 것이 예전처럼 지독한 두통을 수반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런던이 가끔은 그리웠다.
밤에 제임스 호프는 딸 페이션스를 데리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 때 마리아는 자고 있었고 두 부녀는 마리아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였다. 몸이 좋아졌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사의 견해에 부녀는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이튿날 아침에 페이션스의 얼굴을 보았다. 제임스는 마리아에게 아침키스를 선사하고 병영으로 다시 나갔다. 페이션스는 자고나서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발그스름한 뺨으로 마리아의 침대 곁에 앉았다.
"정말 굉장해요, 어머니! 호랑이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크게 느껴졌고- 전 두려워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요!"
마리아는 웃으면서 페이션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페이션스가 먼저 흥분해서 이야기를 해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두려웠다고?"
마리아가 대화에 맞장구를 치며 되묻자 페이션스는 잠시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눈을 반짝이면서 마리아를 주시했다.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어머니. 정말이에요. 저는 멀리 떨어져있었고 호랑이 사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제 곁에는 아버지가 항상 계셨어요."
"그래, 믿는단다. 제임스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마리아가 미소짓자 페이션스는 안심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전 정말 분하게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가 하면 말이에요, 호랑이 눈빛이 이렇게 아득하게 보일 정도였어요. 호랑이가 결코 뛰어들 수 없도록 멀었어요. 그런데 눈만은 보이는 거예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만은 번쩍거렸는데, 그 눈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분하기 그지 없었어요! 전 총 한 번 쏘아볼 생각도 못했어요! 물론 아버지가 말리기는 하셨지만, 그래도 어떻게 제가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였는지! 그 전에는 했는데, 막상 눈을 보니까... 너무 두려웠어요! 그게 너무 분해요!"
제임스는 페이션스를 무척 애지중지하면서 키웠다. 마리아는 페이션스를 정말로 힘겹게 낳았다. 10개월 중 절반 이상은 침대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리아는 페이션스가 제대로 태어날 수 있을지 항상 두려웠다. 제임스는 마리아에게 어떤 아이가 나오더라도 그 아이를 헌신적으로 사랑하겠노라고 약속하며 안심시켰다. 그리고 이틀의 산고를 거쳐 산모도 아이도 힘겹게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에게 페이션스라는 세례명을 붙여준 뒤, 제임스는 페이션스를 활달하게 키웠다. 마리아는 페이션스의 교육방침을 제임스에게 모두 맡겼다. 마리아는 그저 나중에 런던 사교계에 데뷔해야할 페이션스가 젠트리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몸가짐만을 가르쳤을 뿐이었다.
마리아는 그렇게 자라난 페이션스가 남자아이 못지 않게 호전적인 성품이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제임스가 그렇게 키웠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그런 페이션스의 성품 어딘가가, 알렉스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스러웠다.
분해죽겠다는 듯 손수건을 비틀어 짜는 페이션스의 검은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리아는 손을 뻗어 페이션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번에는 꼭 잡고 말 거예요!"
페이션스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잠시 방 안에 바람이 한 줄기 흘렀다. 흰 커튼이 사락사락 흔들렸다. 그 소리에 마리아는 페이션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뺨에 어려있던 열기를 쓸어갔다. 마리아는 페이션스의 뺨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와닿는 감촉이 부드러웠다. 매끄러운 살갗의 감촉, 천이 흔들리는 소리, 마리아는 알렉스를 떠올렸다. 페이션스의 얼굴에서 단단하게 굳어가던 결의가 이윽고 눈동자에서 번득이며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두 번 다시 나는 그렇게 바보처럼 떨고 싶지 않아요. 두려움에 굴복하고 싶지 않아요."
페이션스는 미소를 지으며 마리아에게 속삭였다.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션스가 무슨 말을 했더라도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페이션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면 페이션스는 기뻤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페이션스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후 세시의 티타임에 늦지 않게 제임스 호프가 돌아왔다. 각자의 취향대로 찻잎을 고르고 설탕과 우유를 섞어 홍차의 맛을 보고, 화제가 무르익었다 싶자 제임스 호프는 말을 꺼냈다.
"마리아, 페이션스. 두 사람은 런던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
마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제임스?"
페이션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 마리아는 페이션스의 얼굴에서 놀라는 기색이 없자 짐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사실은 마리아. 저번 이탈리아에서부터 계속 생각했었어."
이탈리아. 지난 여름의 휴가에, 마리아는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간절히 런던이 그리웠다. 친척들이 보고 싶었고, 오빠 프로스트도 그리웠다. 마리아? 깜짝 놀랐다는 듯 이름을 부르며 눈이 웃고 천천히 입술에 웃음이 번지는 프로스트가 그리웠다. 그리고 알렉스가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그러나 제임스가 막았다. 제임스는 런던으로 돌아가면 다시 마리아의 건강이 악화될까봐 걱정했고 의사도 만류했다. 굳이 잉글랜드로 돌아가야겠다면 런던이 아니라 시골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고, 제임스도 그렇다면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마리아는 도리질쳤다. 런던이 아니면 잉글랜드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제임스는 난감해했지만 마리아의 건강에 대해서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합의점을 내놓은 것은 마리아였다.
마리아는 기억했다. 마리아의 양 뺨을 감싸고 눈을 들여다보며 알렉스가 속삭이던 말들을.
'우리 이탈리아로 가자. 그곳의 태양이라면 네 건강에도 무리가 되지 않을거야. 피렌체의 메디치를 보러 가자. 로마의 일곱 언덕이라면 네 걸음에 버겁지 않겠지. 로마의 호텔에, 장의자에 누워서 청포도를 먹자. 네 손은 보랏빛이 될 거고, 미켈란젤로가 살아난다면 그런 널 그리고 싶어하겠지. 베네치아의 배를 타는 거야. 비버의 나라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너는 티치아노의 그림 속 여인이 될 거야. 네 눈부신 금발이 그곳에서 얼마나 아름다울까, 마리아.'
마리아는 제임스에게 이탈리아로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달을 휴양하며 유럽의 바람을 맛보고 돌아왔다.
"기억나, 마리아? "
기억 속에, 알렉스의 목소리에 잠겨 있던 마리아는 눈을 깜빡이면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제임스가 손을 뻗어 마리아의 이마를 짚고, 손을 만져보았다. 열은 없으나 손끝은 차가웠다. 마리아가 벗어두었던 장갑을 손에 끼워주고 제임스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곳에서 로크 부부를 만났던 것 말야. 지극히 평범한 잉글랜드 가정이었지. 그 사람들을 보고 페이션스가 런던 사교계에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얼마 있지 않으면 페이션스도 결혼을 해야 하겠지."
페이션스가 찻잔을 들어올렸다. 얼굴을 가리는 것이다. 화난 표정은 아니었으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요즘 졸부들처럼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미국인과 결혼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 그렇다고 지나친 명문에 보내고 싶지도 않아. 양심적이고 올바른 가정에서 바르게 자란 젊은이에게 페이션스를 보내고 싶은데, 그러자면 미리 런던 사교계에서 친분을 쌓으면서 사람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페이션스는 태어나서 한 번도 런던에 가본 적이 없으니... 당신이 같이 가주었으면 해. 나는 아직 발령이 나지 않아서 움직일 수가 없어. 두 달? 그 정도만 있으면 페이션스가 적응할 수 있을 거야."
페이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건강이 몹시 걱정되지만 마리아... 두 달 정도면 의사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어. 그러니 두 달만 참아줘. 그리고 나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자. 프랑스도 괜찮고 스위스도 괜찮겠지. 두 달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있어줘, 마리아. 페이션스를 부탁할게."
마리아는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런던! 마리아가 태어나서 자란 런던!
"마리아, 괜찮아? 내가 너무 이야기를 서둘렀을까?"
마리아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고 제임스가 급하게 일어섰다. 마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요. 페이션스도 결혼을 준비해야겠죠... 당신 말이 맞아요, 제임스."
"그래... 프로스트한테 전보를 쳐야겠군. 당신을 부탁한다고 말이야. 오늘은 무리한 것 같아, 이만 들어가자. 다른 이야기는 내일 하지."
제임스는 의자에 앉은 마리아의 무릎 밑에 팔을 끼워넣고 안아올렸다. 끌리는 치맛자락을 하녀가 따라붙어 정돈했다. 페이션스가 마리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아는 페이션스를 바라보며 달콤하게 웃었다. 페이션스가 따라 미소지었다.
'어쩌면 저렇게 알렉스를 닮았을까?'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제임스의 목에 팔을 둘렀다.
"당신이 이렇게 흥분할 줄 몰랐는데... 난 사실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아. 당신의 건강이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임스는 마리아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마리아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웃었다.
"그렇지 않아요. 몹시 기운이 나는 걸요, 제임스. 프로스트를 볼 수 있을 거고... 다니엘 숙부님도 볼 수 있어요. 그리운 친구들도 볼 수 있고..."
"나 때문에 포기한 게 많지, 마리아."
마리아의 멍한 듯 몽롱하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제임스. 나는 당신을 만나서 기뻐요. 저렇게 예쁜 페이션스도 낳을 수 있었고, 인도도 이렇게 아름다운 걸요. 런던을 떠나지 않았으면 이 모든 게 없었을 거잖아요."
제임스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마리아의 입술에 입맞추었다.
"당신은 내 천사야, 마리아."
"두 달이면 런던에 오는 거죠?"
마리아가 불안한 듯 제임스를 올려다보았다.
"약속할게."
"꼭이에요. 늦지 말아요."
"내가 살아있는 한 그보다 늦지 않을 거야."
제임스는 굳게 약속했다. 마리아는 깊게 안심하면서 미소짓고 눈을 감았다. 이불을 덮어주고 제임스가 방을 나서자 마리아는 숨을 길게 뱉었다.
얼굴 하나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몹시 그리웠다.
그러나 그 얼굴을 볼 때에, 제임스가 런던에 있었으면 했다. 혼자 보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어쩔 수 없다, 보러 가야 한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두려워서 뛰는 건지 설레여 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리아-.
누군가가 마리아의 이름을 불렀다. 마리아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꿈 속에서도 내내 귓가에서 누군가가 마리아의 이름을 간절하게 속삭였다. 마리아의 입술이 희미하게 달싹였다. 곧 갈게.
# by | 2007/05/27 14:52 | About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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